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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32일] 365일 일년 내내 땅 위에 무지개가 피어있는 도시 장예 (张掖 장액)

2018년 5월 1일.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월 단위의 숫자가 바뀌었다. 벌써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는데 중국은 여행하기에 너무나도 크고 넓다. 칭다오, 태안, 베이징, 시안, 란저우 지금까지 지나 온 도시들 하나 하나 너무나도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치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성에서 성을 건널 때마다 마치 다른 나라 를 넘나드는 것만 같은 느낌. 


3달 짜리 관광비자를 받아온 것이 신의 한 수 였던것 같다. 아직 중국을 떠나고 싶은 맘이 1도 없다. 그리고 오늘, 나는 라면과 음악, 황하문명의 도시 란저우를 떠나 365일 무지개가 지지 않는 도시 장예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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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31일] 란저우 삼인행 호스텔 청년 사장님들과 저녁식사! / 밀린 블로그 쓰기.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마치고 호스텔을 나섰다. 란저우에서 장예로 가는 기차 시간은 9시 58분 발 T283호 기차. 호스텔을 나와 오전 9시 즈음 란저우 역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적어도 한 시간 반 전에는 역에 도착했을텐데, 이제는 제법 중국의 기차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여유가 생겼다.




중국의 어느 기차역을 가던지 역사를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전광판. 내가 타야 할 기차의 번호, 몇 번 플랫폼인지, 몇 번 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하는지 전광판에 쓰여있는 숫자들을 확인하면서 비로소 내가 기차역에 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오늘 내가 탈 T283호 기차는 1층에 있는 1번 대합실에서 대기하면 된다. 고고!  




중국 기차역은 24시간 한가할 틈이 없다. 아침, 점심, 저녁, 새벽까지도 대합실은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늘 만석이기 일쑤이다. 걸음이 빠른자. 대합실의 의자를 차지할지어다..!! 여기서 난 세 바퀴 정도를 돌고 돌아서 의자를 차지할 수 있었다..


기차역 대기실의 의자 절반 이상은 사람의 엉덩이가 아닌 가방이 올려져 있다. 의자는 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엉덩이를 위한 것일지어다 이 사람들아!!! ㅜㅠ 



 아기들만 보면 카메라가 절로 올라간다. 귀요미 귀귀 귀요미 ㅠㅠ


십 분 정도 앉아있었을까.. 스피커에서 탑승 준비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슬슬 사람들이 검표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는데,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 줄은 줄이지만 줄이 아닌 것을.. 그래도 줄을 설 수 밖에 없는 것은, 줄을 안서면 정말 정말 늦게 기차에 올라탄다.. 새치기 당해도 줄을 서야 그나마 일찍 타서 자리 위에 가방이라도 올려놓을 수 있다.

 



검표가 시작되는 순간부턴 모세의 기적과는 정반대로 본 적도 없는 대량의 사람의 무리가 어둠의 기운을 뿜어내며 길게 뻗은 줄의 맨 앞으로 몰려들어 지금까지 서 있던 긴~ 줄을 무색하게 만든다.. 


"확마!! 다 갈라 뿔라...!!!!" 


하지만 여기는 중국.. 불평할 틈도 시간도 없다. 달려라 나의 다리야. 달리는 듯 걸어서 가방 놓을 자리를 차지해야해 ㅠㅠ 이 것은 전쟁같은 사랑. 아니 전쟁아닌 전쟁...




열차에 오르기 전 신분증과 티켓을 다시 한 번 검사한다. 하루에 운행되는 기차의 편성 수가 워낙에 많아서 헷갈리는 승객을 방지하기 위한 것 첫 번째 일터이고, 무임승차와 보안을 위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일 터이고. 중국의 기차역의 검표는 공항 못지 않게 꼼꼼하다. 



이미 기차 안은 만석. 


 내 다리가 열심히 걸어준 덕택에 다행히 가방 올려놓을 자리는 확보 할 수 있었다. 위에 사진은 중국 기차의 일반 좌석칸이자 가장 저렴한 '잉쭈어' 칸이다. 잉쭈어(硬座)는 저번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딱딱한 좌석이라는 뜻으로, 등받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는 정말로 정직한 직각의 좌석이다. 다행히도 좌석의 쿠션이 엄~청 딱딱한 정도는 아니나 장시간 앉아가기엔 엉덩이에게 미안한 느낌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6시간까진 탈만했다. 


6시간 이상의 여정일 경우 내 엉덩이의 건강과 프라이버시를 위해 침대칸을 타도록하자.


 내가 이번에 잉쭈어 좌석을 고른 이유는 란저우에서 장예까지는 'T'등급 特快 터콰이' (특급 열차)로 대략 6시간 정도가 걸렸기 때문이다. (나의 엉덩이가 버틸 수 있었던 시간)


 특급열차라서 엄청 빠를 것 같지만, 말만 그럴싸한 특급이고 지금은 'D', 'G' 등급의 고속열차가 훨~ 씬 빠르고, 빠른 만큼 비싸다. 그래도 아랫 등급의 열차보단 한두 시간 정도는 빠르고, 고속열차에 비해선 값이 매우 저렴하니, 돈을 아껴야하는 배낭 여행자에겐 나쁘지 않은 옵션이다.




뿌앙~!! 소리를 내며 란저우를 천천히 떠나간 기차는 어느덧 빠른 속도로 장예를 향하고 있었다. 란저우를 떠난 아쉬움 반, 장예라는 도시에 대한 기대 반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였을까? 기차의 차창 밖으로 다채로운 풍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를 포함한 기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핸드폰이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듯이 가까운 곳에 있던 단샤지형.




저 멀리 언덕 너머로 길게 펼쳐져 있던 설산,




그리고 허허벌판의 사막지형까지. 여기저기 창밖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찰칵찰칵 눌러대다보니 6시간이란 긴 시간이 한 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휙~! 하고 지나가 있었다. 


나처럼 란저우에서 장예로 갈 예정인 여행자가 있다면 오전에 기차를 타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만원도 안되는 표 값에 덤으로 따라온다.




도시에 가까워지자 기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기차가 다음 정차역에 거의 도착했다는 신호이다. 




느릿느릿 가던 기차가 멈춰섰다.


 6시간을 달리고 달려 365일 땅 위에 무지개가 피는 도시 장예역에 도착!!





생각했던 것 보단 장예역에서 사람들이 내리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도 나밖에 없었던 듯.




역을 빠져나와서 호스텔까지는 미리 예약해놓은 호스텔의 픽업차량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즉, 역만 빠져나가면 호스텔 까지는 일사천리!! 


그런데.. "니하오! 린 시엔셩!!" 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픽업차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혹시나 해서 역 주변 구석구석 여기저기 둘러보았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조금 늦어 지는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려봤는데 도무지 올 생각을 않는....ㅜㅜ 그래서 호스텔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웨이~ 니하오! 예약해 놓은 픽업차량이 안 오는데 어떻게 해야하죠?"


 까지는 아주 원활한 잉글리쉬와 중국어를 곁들인 통화였다. 짝짝짝!! 그런데 이 완벽할 줄 만 알았던 문장 이후에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핸드폰 건너편 목소리가 귀엽던 그녀는 내가 말하는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손짓 발짓해가며 짧디짧은 중국어로 설명했더니, 나의 중국어를 이해한 그녀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길고 긴~ 중국어로 대답했더랬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들고 있는 전화 속 건너편 상대인 나는 그녀의 길고 길었던 중국어를 모두 이해하기엔 중국어가 짧고도 짧았더랬다..ㅠㅠ 미리 픽업차량을 예약해 놓은 호스텔이 "국제유스호스텔" 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기에 직원이 영어를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던 것이 이 날의 커다란 함정이었다.. ㅠ 


그래도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어찌어찌 짧은 영어와 짧은 중국어를 섞어가며 통화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성공적으로 결론을 도출해내었다. 곧 호스텔 쪽에서 픽업차량을 보낼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라는 그녀의 아름답고 귀여운 대답과 함께! ㅋㅋㅋ




역의 광장 앞에서 이십 분 정도 기다리자 역 앞으로 픽업차량이 도착했고, 무사히 호스텔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호스텔이 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때문에 호스텔 측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픽업 서비스였는데, 배고프고 피곤한 상태로 역 앞에서 한 시간을 허비한터라, 사실 조금 짜증이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호스텔로 향하는 길, 픽업차량을 운전하시는 분과 대화를 하다보니,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오늘 아침 10시에 역에 왔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 혹시나 해서 한 시간인가 기다렸는데, 아무도 안 와서 그냥 갔어~ 그래서 안오는 줄 알고 있었지 뭐야~


"네............? 뭐라구요.....???? 저 분명히 T283 편으로 예약했는데.. "


라고 말한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킹닷컴 예약 확인서를 확인해 봤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부킹닷컴으로 보낸 내 메세지에는 선명하게 "T284편으로 내일 도착할 거에요!" 라고 잘 적혀있었다... 그런데 심지어 잘 못 적은 그 T284편 기차는 매일 아침 10시에 장예역을 지나가는 기차였던 것...


결국 모든 것이 내 오타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제일 먼저 운전하시는 기사님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다. 그랬더니, 괜찮다고 그럴수도 있는거지~ 하면서 허허 웃으며 넘어가 주셨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ㅠ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 내가 한국 사람이고 세계여행 중 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기사님은 내게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한국에 관한 이야기, 중국에 관한 이야기, 중국과 한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덧 차는 호스텔 앞까지 도착해있었다. 짐을 싣고, 빼는 것 까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도와주셨던 기사님께 또 한 번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장예에 있는 3박 4일 동안 머물게 될 호스텔은 칠채단하국제유스호스텔 (七彩丹霞国际青年旅舍).

호스텔에 관한 포스팅은 곧 따로 업로드할 예정.


짐을 챙겨서 호스텔로 들어오니, 핸드폰 너머의 그녀가 리셉션에 서있었다. 그녀와 나는 말을 섞기도 전에 서로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 니가 아까 걔였구나' 라는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 ㅋㅋㅋ 

 

 영어가 서툰 그녀 이외에 리셉션에는 세 명의 직원이 번갈아 가며 혹은 같이 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 중 한 여직원의 영어실력이 괜찮아서 머무는 동안 이런저런 정보를 물어볼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중에 제일 친절하고 기억에 남는 사람은 전화 속 너머 그녀였다. ㅋㅋㅋ




휴게 공간 겸 로비인 장소. 체크인을 하고 잠시 기다렸더니 전화 속 그녀, 아니 이제는 리셉션 직원이라고 불러야하는 그녀가 나를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길~게 뻗어있는 복도. 유스호스텔답게 객실이 참 많았다.



앞으로 3박 4일 간 지내게 될 도미토리. 


예약한 객실은 6인실인데, 4일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개인실로 썼다. 개이득~!! ㅋ 보통 호스텔은 사람이 없으면 숙박객들을 한 방에 몰아서 재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곳은 객실이 많아서 일까 운영 방침이 그래서 일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객들도 1인 1객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편히 쉬었습니다! ㅋ




호스텔 자체는 조금 오래되었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여러모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침대마다 놓여져 있는 전기장판이라던지, 내 여행 배낭이 통째로 들어가는 커다란 보관함, 그리고 테이블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대충 짐정리를 끝내고 로비에 앉아 장예시의 관광지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시간은 어느덧 7시. 기차에서 점심 같은 간식으로 배불리 먹기는 했는데 간식은 간식인가보다. 이미 장예역에 도착 할 때 부터 배가 꼬륵꼬륵 알람을 울려대고 있었는데, 밥을 너무 빨리 먹는것도 안 좋을것 같아 6~7시에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차.


저녁으로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보충해야겠다. 역시 탄수화물이 들어가야 식사를 한 느낌이 드는 나는야 한쿡사람.




무작정 호스텔을 나와서 도로변을 따라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이름하야 지미원찬관 (知味源餐馆)!



"밥 주세오!!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오!!!"



중국의 흔한 메뉴판. 


내가 중국 여행중에 만났던 한국사람들이 중국여행 중 가장 힘들어 했던 부분이 바로 먹는 거였다. 메뉴판에 그림이라도 많이 그려져 있으면 손으로 찍어가며 주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중국 식당의 메뉴판은 대부분 위의 사진처럼 한자만 가득 적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메뉴를 읽지못하면 메뉴를 운에 맡겨야하기 때문이다. 


찍기로 그날의 메뉴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음식을 먹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그 것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된다면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나는 저 메뉴판의 70% 정도를 읽을 수 있고, 이 메뉴를 시켰을 때 어떤 느낌의 요리가 나올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국여행을 하는 내내 음식에 대한 걱정없이, 오히려 중국 음식을 만끽하며 여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내 뱃살과 볼살은 팽창했지만.. ㅋㅋㅋ 




오늘의 저녁메뉴는 회과육!! (回锅肉 훼이궈료우).


회과육은 우리에게 익숙한 삼겹살을 마늘, 파, 생강, 고추 혹은 피망을 매콤한 소스와 함께 볶아낸 요리로 매콤한 고기 볶음요리가 생각날 때 먹으면 딱!! 좋은 요리이다. 다만, 요리에 화쟈오(강한 향을 가지고 있는 중국 향신료, 사천후추)가 들어가기 때문에, 향신료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조금 힘든 요리일수도 있다.




침샘을 자극하는 매콤한 회과육과 쌀밥 한공기. 정말 순삭이란 단어가 알맞게 순식간에 흡입해버렸다. 한적한 시골동네에서 이렇게 맛있는 식당을 발견 할 줄이야...!!! 


맛있는 밥도 먹었겠다. 숙소도 무사히 잘 도착했겠다. 하루를 잘 마무리한 느낌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장예시의 단샤지형을 구경해볼 생각이다. 일년내내 무지개가 피는 도시! 내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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