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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28일] 낭만의 도시, 버스킹의 성지 란저우, 황하 제 1철교 중산교

황하를 따라 유유히 걷는 란저우 산책. 오늘 호스텔에 돌아가지 않고 시내 구경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잔잔한 듯 빠르게 흘러가는 황하를 따라 걷다보니 잠시 잊고 지냈던 마음속에 여유가 생겨났다. 잠시 멈춰 서서 멍~ 하니 황하를 바라보며 생각해보았다. 


뒤돌아보니 한국에서 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한 날부터 꽤나 바쁘게 움직이기는 했다. 나름 여유를 잡고 움직인다고 한 도시의 일정을 길게 잡기는 했었지만, 중국이란 나라.. 워낙에 땅이 넓기도 하고 문화재가 많기도 하고.. 


그렇기에!! 내일은 정말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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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28일] 란저우에는 라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란저우 물레방아 박람원(兰州水车博览园)





물레방아 박람원부터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중산교까지는 도보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그리고 중산교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란저우 시내구경은 끝!


 오늘의 목적지인 중산교까지 길게 뻗어있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공원 한쪽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빙~ 둘러싸고 시끌벅적하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쿵짝 쿵짝 시끄러운 음악소리, 누군가가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들썩들썩 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뒤편에 서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쪽을 보았다. 


 이 노랫소리의 주인공은! 멋스런 검정 모자를 눌러쓰고,상 하의 올 블랙으로 맞춰입은 중년의 아저씨였다. 스탠드에 핸드폰을 올려 놓고는 힘찬 목소리로 열창을 하고 계시던 아저씨. 길거리 공연 겸,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후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중국에서도 한국의 아프리카TV 같은 스트리밍 방송이 유행하고 있는 듯 했다.




흥이 넘치는 아저씨의 노랫소리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던 사람들. 춤의 실력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공공장소에서 민폐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밤늦게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 내 눈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비춰졌다. 




공원의 다른 한쪽에서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의 중국 전통악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솔직히 빼어난 솜씨는 아니었다. 박자도 제 각각 노래의 음정도 불안 불안.. 그런데 이상하게도 끌려 들었다. 연륜에서 나오는 악기소리는 젊은 친구들이 연주하는 악기소리와는 왠지 모르게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하시던 분이 노래를 하시기도 하고, 서로 악기를 바꿔서 연주하기도 하고,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적당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음악 소리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음악과 함께 해왔다. 음악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음악 때문에 서로 멀어지기도 하고, 별 것 아닌 일 인데도 별 것인 듯 꽤나 치열하고 치졸하게 살아왔다. 물론 음악을 하면서 즐거웠던 때도, 위로를 받을때도 있었다. 뒤돌아보면 음악보단 사람이 중요했다. 별 것도 아닌걸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음악을 핑계삼아 서로를 물어 뜯고 할퀴고..


 머릿속의 생각을 잠시 지우고 한적한 공원에서 느긋하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음악 본연의 모습을 즐기고 있는 그들의 공기에,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작지만 큰 결단을 내렸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에 대해서 말이다. '내 주변을 둘러 쌌던, 둘러 싼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기.'


이 후 상대방과 나의 관계가 다시 좋아지던, 나빠지던 상관없이 내가 잘못했던 점에 대해서 사과해야지.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더 이상 집착하지 않기. 물 흘러가듯 시간에 맡기기로.. 


 그리고 앞으로 일의 본질에 좀 더 충실할 것..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것. 내가 음악을 하던 안 하던 어느 장소 어느 상황에서도. 



사람의 마음 같은 문. 열린 것도 아니고 닫힌 것도 아니고...


눈가에 고였던 눈물을 재빠르게 훔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이먹으면 눈물만 많아 진다더니.. 그래도 이런 감성이 남아있는 내가 싫지는 않다. 여행이 끝나고 해야할 일 첫 번째, 사과하기. 잊어버릴 수 없는 목록이지만, 일 년이 지나 한국에 돌아갈 때 즈음에도 이 마음 변하지 않게 노력해야지.




중산교로 가는 길에는 또 다른 다리가 하나 있다. 바로 전 포스팅에서 올린 위태위태한 배의 동영상은 바로 이 원통황하교(元通黄河桥)의 모습이었다. 다리 아래서 정말 안간힘을 쓰면서 올라가려고 고군분투했던 저 배... 자칫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기에 무사히 운행을 마치길 빌며 지나갔다.




 여행(旅行)은 나그네 려(旅) 에 다닐 행(行) 의 한자를 쓴다. 나는 특히 '여행'이라는 한자 중에서 '나그네' 라는 단어의 뜻이 참 좋다. 나그네처럼 정처없이 걷다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까. 현대의 여행은 쉽고 빠르게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나그네의 걸음이 좋은 이유는 느리지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데 있지 않을까?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중산교(中山桥). 


'중산(中山)' 이라는 명칭,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중산교' 뿐만아니라 중국 어느 지역을 가든, 중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명, 도로명, 건물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 되지만 이 '중산' 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쑨원 (孙文)'의 또 다른 이름인 '손중산(孙中山)'에서 따온 명칭다.


 쑨원은 과거 중국의 첫 공화국이었던 '중화민국' 의 첫 임시 총통이었다.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쑨원, 이 중산 철교 역시 황하에 세워진 첫 번째 철교라는 점에서 제법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광도시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도시인 란저우. 시내에 볼거리가 많이 없어서 일까 200미터가 조금 넘어가는 평범한 모양의 철교에는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중산교의 한가운데에 서서 바라본 란저우의 시내는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다리 반대편으로 어느덧 해가 늬엇늬엇 저물어가고 있어 시계를 보니 이미 다섯시 반을 넘어간 시간이었다. 중산교를 건너면 바로 백탑산 공원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오는데, 슬슬 해도 저물고 있겠다, 저녁에 약속도 있겠다, 다음을 기약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녁 5시 반이라는 시간 치고는 아직 하늘이 지나치게 푸르다. 


그 이유는.. 중국의 시스템 덕분인데, 중국은 어마어마한 땅 덩어리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을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서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다. 란저우와 수직으로 직선거리에 있는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은 4시 반으로 한 시간 느린 시간대인 반면, 중국의 란저우는 5시 반으로 세계 표준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빠르다. 그래서 란저우의 일몰 시간은 거의 저녁 7시에 가깝다. 




저녁 6시에 가까운 시간이란게 믿겨지지 않는 하늘의 푸릇푸릇함. 하지만 란저우는 시작에 불과했다. 

란저우 이후, 나는 저녁 8시가 넘어야 해가 지는 신기하고도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을 신장 자치구에서 보게된다..



원통 황하교에서 바라본 중산교의 모습. 


중산교는 현대식 철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무려 11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생각보다 오래된 다리이다. 1907년 청나라 광서제가 왕위에 있을때 지어져, 2013년 까지는 일반적인 철교의 역할을, 이후 안전을 위해 사람만이 건널 수 있는 보행교로 용도가 전환되었다. 원래 다리의 이름도 처음 건설되었을 당시에는 '란저우 황하 철교' 라는 이름이었지만, 1928년 손중산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중산교' 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블로그를 쓰면서 소위말하는 '뇌피셜' 과 '카더라' 등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싶지는 않아서 늘 공부하는 자세로, 확인한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블로그를 쓴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스스로에게도 공부가 되고, 보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중산교는 시간이 지나며 다리의 역할과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존재와 역사 만큼은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하게 남아있다. 나도 중산교 처럼 항상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존재가 되고싶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할지라도 '나' 라는 사람은 흔들림 없이 바로 서 있기를.




해가 지는 강과 바다는 사색에 빠지기 참 좋은 장소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다시 버스킹이 한창인 공원에 돌아왔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는데,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라이브를 소화하며 관중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계셨던 올 블랙의 간지 풀풀 아저씨..!! 참말로 존경합네다..!




그리고 공원의 한편에서는 카드게임이 한창이었다. 중국 곳곳을 다니며 느낀점이지만.. 중국의 유흥은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바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한다. 어메이징 차이나.


 이제는 정말 가야할 시간. 저녁 7시에 심페이씨와 호스텔에서 만나기로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 제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했다. SAFE!!! 늦지는 않았지만, 심페이씨가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뭘 먹을까~ 한참을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둘 다 결정 장애가.. 그래서 일단 밖에 나가, 크고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하나 골라 무작정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영어로 "Excuse me~" 하고 종업원을 불렀는데, 종업원들이 눈치만 보고 우리쪽으로 올 생각을 안 한다.. ㅠ 적당히 규모가 있는 식당이라 영어가 되는 종업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럴 땐 잽싸게 태세 전환! 美女(메이뉘) ~! 하고 힘차게 종업원을 불렀다.


메뉴를 받아 살펴보니 이 곳은 훠궈를 파는 식당이었다. 마침 따듯한 국물이 땡겼었는데, 운이 좋았다!! 럭키~! ㅋ



요행악어의 간단 중국어! 


 중국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엔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美女 메이뉘 - 젊은 여성 종업원을 부를 때. 이쁜 누나! 정도로 생각하면 됨.  ‘小姐’ 샤오지에 아가씨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술집 여성을 부를 때 사용되므로 일반적인 식당이나 가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帅哥 슈아이꺼 - 젊은 남성 종업원을 부를 때. 잘생긴 오빠! 로 해석되는데, 잘생겼던 안 잘생겼던 슈아이꺼! 라고 불러주는게 예의! ㅋㅋ


服务员 푸우위엔 - 가장 보편적으로 어떤 장소에서도 부를 수 있는 방법. 매하다 싶으면 푸우위엔! 하고 부르는게 정답.




다행히 심페이씨도, 나도 여행 중국어 정도는 되는 레벨이라 그럭저럭 수월하게 주문을 마쳤다. 마침 둘 다 허기가 져서 배고플 때라 아까의 결정장애가 무색할 정도로 이것 저것 주문을 했는데... 




너~~~ 무 많이 시켰다.. ㅠㅠ 


가격이 저렴하길래 양도 적게 나올 줄 알았는데, 역시 대륙 스케일.. 양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나는 내 위장을 신뢰하니까. 후회하지 않는다. ㅋㅋㅋ 차돌박이 넘나 맛있는 것...




그렇게 굶주린 두 사람은 고기 4접시.. 각종 채소와 완자들을 클리어했다. 오랫만에 일본어로 대화를 하니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심페이씨와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심페이씨! 언제 어느 곳에서 든 스포츠의 여신이 당신과 함께 하길!!! 


식사를 다 마치고 식당에서 나와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 심페이씨가 공부하고 있는 홍콩이나 일본에서 다시 한 번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심페이씨는 기차역으로 나는 호스텔로 돌아왔다. 


아무런 기대없이 라면만 생각하고 온 란저우에서의 첫 날. 우연치 않은 깨달음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인생 라면까지 맛 본 하루였다. 내일은 다음 일정에 차질이 없게 끔 푹~ 쉴 생각이다. 쉴 새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불안정한 컨디션이 얼른 제 자리를 찾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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