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28일] 란저우에서는 라면을 라면이라 부르지 않는다고?

2018년 4월 27일. 달리는 기차 안.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풍기는 MSG의 진한 냄새.. 중국 기차에서 맞는 아침은 늘 진한 컵라면 냄새와 적정 데시벨 초과한 호탕한 중국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맞이한다. 애써 외면하고 다시 자려고 노력하는 나의 의지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늘.. 침대번호 카드와 표를 교환해 주는 승무원... 




이전 글


 [세계여행 +027일] 시안의 스타벅스(星巴克), 시안에서 라면의 도시 란저우(兰州)로



왼쪽은 기차표, 오른쪽은 기차표와 교환한 침대번호카드.



중국은 어마어마한 땅 덩어리를 보유한 만큼 기차 역시 길게는 3일을 내리 달리는 기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착역을 깜빡하고 놓치는 승객을 방지하기 위해 검표원이 승객 전원의 기차표를 걷어가고 침대 번호가 적혀있는 카드로 교환해줬다가 도착역에 가까워지면 침대칸에 있는 승객을 깨워서 다시 기차표로 바꿔준다. 그래서 중국기차는 도착역에 내리지 못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침 6시 쯤 강제기상을 해야하는 단점도...




중국 기차를 탈 때 TIP!!


중국은 침대칸을 탈 경우 검표원이 돌아 다니며 일일히 기차표를 확인하고 해당 침대의 카드로 교환을 해준다. 검표원이 손을 내밀며 뭐라뭐라 말해도 당황하지말자! 기차표를 건네주고 침대번호 카드를 받으면 끝!





중국의 기차는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속도가 매우 현저하게 줄어든다. 기차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은 역에 거의 도착했다는 것. 이때부터 내릴 준비를 시작하면 된다.




기차는 연착없이 8시 20분에 란저우역에 도착!! 이때는 연착없이 도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인도... 중국에 있었을때도 중국의 기차 시스템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인도의 기차를 경험한 뒤로는 중국 기차 만세!!! 를 외치고 다닌다.  



이른 아침부터 역을 빠져나가는 승객들로 가득하다.



오늘부터 4일 간 머물게 될 란저우라는 도시는 간쑤성(甘肃省 감숙성)의 성(省都 성의 중심이 되는 도시)이다. 성의 중심이 되는 도시인 만큼 란저우를 지나가는 기차의 편성수도 많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객도 많았다.





兰州车站欢迎您!!!


란저우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심플하면서도 클래식한 란저우역의 모습.


내가 좋아하는 문구, SIMPLE IS THE BEST!!! 를 몸소 보여주고있다.




내가 중국에 와서 놀란점은 내가 중국에 오기 전 사람들에게 들었던 중국의 모습과 내가 실제로 본 중국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랐다는 점이다. '아직도 발전이 될 되어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내가 방문했던 중국의 성도들은 모두 도시화가 되어있었다. 단 한 가지 내 생각과 일치한 것은 엄청난 인구 수에 따른 엄청난 인파 정도...? 




란저우 역 뒤로는 딱 봐도 깎여 내려진 듯 가파르게 경사진 산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이두 맵에서 캡쳐한 위성지도



란저우는 도시의 위아래로 경사가 가파른 산이 자리하고 있고 도시의 중앙에는 중국의 젖줄이자 중국의 황하문명의 발상지인 황하가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 


우리의 수도인 서울과 닮아 있는 도시이다. 




란저우는 라면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관광으로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다. 즉, 저렴하고 괜찮은 숙소를 구하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시안을 떠나는 날까지 숙소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엔 외국인 숙박이 가능하고 가장 저렴한 1박에 60위안 (한화 9000원) 하는 숙소를 기차안에서 예약했다. 거의 베이징의 숙소와 맞먹는 가격... ㄷㄷㄷ


역에서 바이두 맵을 검색해 본 결과, 예약한 숙소는 역에서 걸어서 30분 거리 정도였다. 체력 단련도 할 겸 걸어가 보기로!!!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짊어지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한 눈에 확 들어 온 신호등. 전기를 꽤나 많이 먹을 듯 하지만.. 눈에 확 들어와서 일까? 생각보다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필독!!! 중국에서 숙소를 구할 때 주의사항!! 


중국은 외국인이 숙박할 수 있는 호스텔이나 호텔을 운영하려면, 국가로 부터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 면허가 없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외국인을 받을 수 없다. 중국에서 부킹닷컴, 아고다 등을 통해 숙소를 예약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숙소 규정, 정책란에서 외국인이 숙박할 수 있는 숙박업소인지 확인 한 후에 예약해야 한다. 


"This hostel can only accept mainland chinese Citizens.

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이 곳은 외국인이 숙박할 수 없는 숙박업소이다. 호스텔 이름이 International, 国际 라는 이름이 붙어있어도 면허를 취소 당하거나, 연장하지 않아 외국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꼼꼼히 확인하도록 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첫 날 중국에 도착해 숙소에서 퇴짜를 맞는 케이스가 주변사람 중에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숙소 근처. 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그냥 버스탈껄 그랬나.. ㅠㅠ 지도 상으로는 거의 도착한 거 같은데.. 여기부터가 난관이었다. 왜냐하면 이 숙소를 예약할 때 열명 중 다섯명이 적었던 이 호스텔의 단점은 호스텔을 찾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 즉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는 호스텔... 




생각보단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飞天大酒店(페이티엔호텔)이 보이면 이 호텔의 하늘색 울타리를 따라가보자. 위의 사진과 같은 골목길이 나온다. 이 골목길로 쭈욱 들어가면 여기에 과연 호스텔이 있을까..? 라고 생각되는 건물이 나온다.





아무리 봐도 그냥 주택가.... 




그리고 부킹닷컴에 쓰여있는 주소의 건물이 나오긴 나왔는데... 좀 들어가기 겁나는 비쥬얼이다.. 건물 앞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여기 호스텔 있어요?" 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떡이시며 올라가 보라는 할아버지... "4층이여 4층~ 올라가~" 하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 ㅠㅠ





범죄영화에 나올 법한 비쥬얼의 계단을 올라갔다. 낮인데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이 건물의 4층 401호에 내가 예약한 三人行驿站, 중국발음 으로는 싼련싱, 한국 발음으로는 삼인행 호스텔이 있다. '생각했던것 보단 쉽게 찾아왔어!!'



하지만... '통통통!!'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그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헉헉 소리를 내며 전화를 받는 호스텔 주인. "지금 나와있으니까 5분 안으로 갈게요!!" 그리고 20분 후에 도착한 그대... 




20분을 기다린 끝에 입장한 삼인행 호스텔의 거실. 이 호스텔은 일반 가정집을 보수해서 호스텔로 사용하고 있었다. 




조금 아담한 느낌은 있었지만, 키친도 있고, 거실도 있고, 무려 세탁기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춘 호스텔이었다. 청결도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지만..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외국인이 숙박할 수 있는 숙소가 있다는 점에 감사할 다름..




그리고 중국의 호스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온수기 까지 구비! '그래 온수 샤워만 있어도 다 있는거다..!!' 이후 포스팅에도 계속 나오겠지만, 저 온수기... 물 조절 컨트롤에 엄청난 스킬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예약한 4인 실.... 사람 많을까봐 예약한 4인실인데 좁아도 너무 좁은거 아니오 주인장... ㅠㅠ ㄱ 자 모양으로 침대가 붙어있고, 빈 공간에 책상이 하나 떡 하니.. 짐 놓을 공간도 없다..


 심지어 다른방은 텅텅 비어있는데 나와 같은 4인실에서 숙박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이 숙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일본에서 온 심페이씨. 심페이 씨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세계 각국의 마라톤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에 중국 银川(Yin'chuan 인촨, 은천)이라는 사막도시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란저우에서 1박을 하고 오늘 저녁 기차로 이동한다고 했다. 각자 란저우 구경 후에 괜찮으면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안을 하길래 흔쾌히 받아들였다. "저녁에 다시 만나요~!"


심페이씨가 짐을 맡기고 나간 후에 호스텔 사장님에게 제일 먼저 라면 맛집을 물어봤다. 사장님의 추천은 호스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君乐牛肉面 (jun'le'niu'rou'mian 쮠러뇨료우미엔) 이었다.

바이두맵에 입력하고 GOGOGO~!



그런데 잠깐... 왜 라면이 아니라 우육면일까..? 분명 중국 다른 지방에서 봤던 간판은 兰州拉面 란저우라면이었는데 말이다..



란저우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중국지도 (중국의 유머)



이 것은 간쑤성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중국의 지도이다. 일종의 유머이기도 한데, 뼈가 있는 유머랄까..? ㅋㅋ "란저우는 촌스럽게 라면이라고 안 불러 우린 원조니까. 우육면이지~!! "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정말 란저우에서는 "란저우라면" 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은 1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란저우 지방의 라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말 호스텔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던 가게. 란저우 라면을 맛볼 생각에 들떠서 가게에 들어가 앉았더니, 직원이 "우리 끝났는데? 下班了씨아빤러! 끝났어!! 끝났다고!!"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 벼락 젖은 하늘에 마른 벼락같은 소리인가... 라면 생각에 들떠서 왔는데... 

아직 두시 반 밖에 안됐는데... 영업 종료라니... ㅠ 




는 훼이크.. ㅋㅋ 


내가 갔던 가게는 같은 쮠러이지만 꼬치구이를 파는 가게였다. 마침 내가 도착했을 때 점심 장사를 마치고 저녁 장사 준비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내가 당황하고 있자 그 중 눈치 빠른 직원이 "우육면 먹으러 온 거지?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봐~" 라고 구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종업원의 말대로 정말 10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에 오늘의 목적지 君乐牛肉面(군락우육면)이 있었다.




군락 우육면의 카운터. 메뉴는 매우 심플하다. 우육면은 7위안(한화 약 1100원) 이라는 착한 가격. 그리고 소고기를 따로 파는데 8위안으로 우육면 보다 비싸다... 당연히 우육면이니까 기본적으로 소고기가 있겠지? 라고 판단, 소고기를 제외하고 우육면과 계란, 반찬을 하나 주문했다. 주문을 하면 카운터에서 주문표를 주는데, 그 주문표를 주방 앞으로 가지고 가서 라면과 교환하면 된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가게는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맛집의 스멜이 스멀스멀 풍긴다. 손님이 많은 만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주방. 모든 과정이 분업화 되어서 기계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문표를 내밀으니 종업원이 매운맛의 정도을 묻는다. 


이제는 입에 익어버린 익숙한 대답.


"微辣!! (웨이라)"

 

 조금만 맵게요!!! (안 매운거 시키지만 당당하게)




심플한 구성. 국물 위에 둥둥 떠있는 초록색 파와 식욕을 돋우는 빨간색 라장(辣酱 매운소스), 그리고 보기만해도 해장이 될 것만 같은 하얀색 무우! 


그리고 하이라이트!! 

보기만해도 군침이 흐르는 갈색 빛갈 소고기는 없다!!


.

.

.

.

.


 .....????


!@$@$^$%&^*




 없다!!! 그렇다 우육면에는 우육이 없다... 소고기는 추가해야 한다... 란저우에 4일 간 있을 예정이니까 오늘은 아쉬운대로 소고기 없이 우육면을 먹어보기로!! 




검은색 젓가락을 국물 속에 넣어 붉그스름 라장 위를 사정없이 휙휙 휘저으면 그제서야 뽀얀 국물 위로 탱탱한 면발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젓가락을 통해 탱글탱글 면발의 탄력이 느껴졌다. 레알 실화. 




처음 시도해 본 우육면.. 란저우 라면의 평은...!!!


쫄깃 쫄깃한 면발.. 매콤한 라장과 무, 육수로 끓여진 담백하고 깊은 국물의 조화... 지금까지 중국에 와서 면요리를 이것저것 먹어보았지만, 나에겐 단연 으뜸이었다. 이후 먹은 면요리 중에서도 란저우 라면이 최고였다. 


단,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소고기 무국이었기 때문. 나는 소고기 무국이라면 밥 몇 공기는 뚝딱하는 사람이기에 란저우 라면이 정말 딱 맞는 맛이었지만, 소고기 무국을 안 좋아 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란저우는 라면 먹으러 한 번 더 올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라면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도시가 되었다. 란저우 라면 만쉐~~~~!!!!




다음 글에 계속.




다음 글


 [세계여행 +028일] 란저우에는 라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란저우 물레방아 박람원(兰州水车博览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