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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1일] 사천성 청두에서 4년 만에 다시 만난 내 친구 콜린.

오전 10시 20분. 

시닝에서 부터 15시간 남짓 달려온 기차가 청두(成都)역의 승강장에 도착했다. 기차의 종착역이 청두역이었기에 긴장할 필요 없이 기차 안에서 잠도 푹 자고 여유롭게 일어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오늘 도착한 청두는 사천요리로 유명한 사천성(四川省 쓰촨성)의 중심이 되는 커다란 도시이다. 원래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했지만, 이 곳을 오고 싶었던, 와야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오늘 그 보고싶은 친구가 이 곳 청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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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0일] 시닝을 떠나 매운 맛의 본고장 사천성(四川省)의 성도 청두로!






보통 20량은 족히 넘어가는 중국의 기차. 덕분에 기차의 종착역은 늘 승강장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 소리로 붐비기 마련이다. 나는 사람들이 빠지는 틈을 타 승강장 사진을 한 장 찍고 여유롭게 승강장을 빠져나왔다.   




청두 기차역의 출구는 아직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검표원들이 일일이 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표를 검사하고 있었다.




역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청두역의 모습. 칭하이성의 시닝역과 비교했을 때 건물의 크기도 좀 더 작고 오래 되어보였다. 오래된 역인 만큼 청두역에서는 일반열차가 주로 정차하고, 고속열차는 새로운 역인 청두 동역(东站)에서 정차한다.




여행 중에 마오쩌둥(毛泽东 모택동)이 쓴 필체를 청두역의 간판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바이두에 검색 해 본 결과 청두역 간판의 필체는 마오쩌둥의 필체가 아닌 구어모뤄(郭沫若 곽말약) 라는 문학가의 필체를 사용했다고.




청두는 인구 1633만의 대도시 답게 도시 중심에 6개의 지하철 노선이 놓여져 있다. 청두 기차역은 물론, 공항 역시 지하철 노선이 통과하기 때문에 도심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역마다 자동 발매기가 설치되어있어 중국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손쉽게 표를 구입할 수 있고, QR코드를 이용한 위쳇페이 결제도 지원한다. 지하철 요금은 구간 별로 2~8위안 사이. (한화 350~1400원 사이. 2018년 5월 기준.)




청두의 지하철은 현재 1, 2, 3, 4, 7, 10호선, 총 6개의 노선이 운행되고 있지만, 2021년 까지 총 13개의 노선이 운행을 계획 중이며, 최종적으로는 21개 노선이 청두시에 운행 될 계획이라고 한다.




청두시 지하철의 1회용 티켓. 사천성을 대표하는 자이언트 판다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삡! 학생입니다!"


 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재.





일주일 간 지낼 호스텔이 있는 신남문(新南门 씬난먼) 역에서 하차. 


원래는 기차역으로 마중 나오려고 했지만, 기차 시간을 맞추지 못한 내 친구. 무려 4년 만에 다시 만나는 그리운 내 친구가 바로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신남문역 주변의 풍경.




신남문역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의 좁은 도보를 따라 걸어가면 내가 일주일 동안 지낼 호스텔이 나온다.  


 


내가 청두에서 일주일 동안 지낼 곳은 미세스 판다 호스텔 (Mrs. panda hostel, 熊猫夫人青年旅舍).

참고로, 미세스 판다 호스텔과 교통호텔 (交通饭店)은 같은 부지에 위치해있다.




호스텔의 입구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나에게 손을 흔든다. 나 역시 반가운 마음에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했다. 4년만의 재회였다.




4년 전 떠났던 배낭여행. 앙코르와트 앞에서 찍은 사진.


이 친구와의 만남은 내가 4년 전에 떠났던, 지금의 세계여행의 계기가 된 2주 간의 배낭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2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지는 동남아시아의 국가인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였다. 지금까지 가본 나라 중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들이었던 데다가, 혼자서 떠나는 것은 처음이라 꽤나 걱정도 긴장도 많이 했던 여행이었다.    


첫 도착지인 태국의 호스텔에서 만난 이 친구의 이름은 '콜린'. 중국에서 온 친구였다. 우연히 호스텔의 같은 도미토리를 사용하게 된 우리는 제법 이야기가 잘 통해 몇 일간 방콕 이곳저곳을 함께 구경했었다.  




4년 전 방콕에서 콜린과 나.


방콕 시내 구경을 마치고 호스텔에서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다음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콜린의 다음 목적지에 가는 이유를 듣고 난 후, 나는 적잖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콜린, 너는 다음 목적지가 어디야? 나는 캄보디아로 갈 생각이거든."


"나는 푸켓에 가려고."


"푸켓?! 거기 신혼여행지인데? ㅋㅋ 너 거기 가면 엄~ 청 외로울 껄? 다른데 좋은 곳도 많은데 왜 굳이 거길 가~!!"


"나 태어나서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우리 집은 중국 사천성의 청두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중국 사람들의 특성상 태어난 곳을 잘 떠나려 하지도 않고, 사천성이 중국의 한 가운데 있는 내륙 지방이라 바다에 가는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이번에 혼자 태국 여행을 오는 것도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나왔어. 지금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계셔."


'태어나서 바다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라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믿기질 않았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두 시간 정도를 가면 서해 바다에 갈 수 있고,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이면 동해 바다에도 갈 수 있지 않은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콜린의 답변에 나는 곧바로 구글 맵을 켰다. 커다란 중국 대륙 한 가운데에 위치한 청두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콜린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 후 4년이 지난 오늘, 나는 내 친구의 고향인 청두에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던, 그립던 친구를 만났다. 




4년 후 만난 콜린과 나.


당시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던 콜린은 대학교를 졸업 후, 청두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두장옌이라는 도시의 판다기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청두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청두까지 찾아와 준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청두 가이드를 자처하며 자신있게 씨익 웃어보였다. 




리셉션 스태프들이 모두 영어가 원활했던 미세스 판다 호스텔.


호스텔 체크인 시간이 아직 안되어서 짐을 맡기고 바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다행히도 호스텔에서 얼리체크인을 해준 덕분에 빠르게 짐을 풀고 호스텔을 나설 수 있었다. 





일일 가이드 콜린이 제일 먼저 나를 데려간 곳은 청두의 중심가였다. 청두의 시내는 베이징 보다 그 규모는 작지만, 더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콜린에게 느낀 것을 그대로 이야기 했더니 안 믿는 눈치다. 아무리 그래도 베이징이 더 도시답지 않겠냐며. ㅋㅋ 




거대 판다의 습격!!? (잠시 후에 공개예정!!)


 믿음직한 오늘의 일일 가이드 콜린. 미리 점심 먹을 장소까지 생각해두고 앞장서서 나를 안내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장소는 IFS몰 (国际金融中心) 근처의 작은 쇼핑몰 안에 있는 식당이었다.




식당의 이름은 지우궈이탕 (九锅一堂 구과이당)쏸차이위 (酸菜鱼 산채어) 라는 사천요리로 유명한 식당이라며 콜린이 엄지를 '척' 하며 내보였다. 


하지만 콜린의 말대로 유명세 때문일까, 마침 점심시간에 맞춰 간 식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예상 웨이팅 시간이 30분 이었는데, 콜린이 생각해서 데려와 준 곳 이니까,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나온 간식. ㅋㅋㅋ 




정확히 30분 후, 식당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을 안내받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콜린이 메뉴판을 들더니 곧바로 주문을 시작했다. 역시 현지인 친구가 최고!! ㅋㅋ




지우궈이탕 (九锅一堂 구과이당)의 주력 요리인 쏸차이위 (酸菜鱼 산채어) 


웨이팅 시간은 조금 길었지만,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제일 먼저 나온 요리는 이 식당의 주력 요리인 酸菜鱼 '산채어' 라는 요리. 뽀오얀 국물에 하얀 생선살이 둥둥 떠있는 낯선 비쥬얼. 요리 이름 그대로 국물은 신맛이 강하고 생선 향으로 가득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새콤하고 부드러운 생선살과 밥이 잘 어울렸다. 




그리고 뒤 따라 나온 감자볶음과 새우 당면볶음.


감자 볶음은 중국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나고 매콤했지만, 당면 볶음은 새우와 궁합도 잘 맞고 향신료도 거의 들어가지 않아 한국의 잡채와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있었다. 혼자서 여행했다면 분명 시도도 못해봤을 요리였을 것이다. 식사 후 고마운 마음에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콜린이 필사적으로 나를 말렸다. 


"오늘은 네가 손님이니까. 오늘 하루는 내가 다 대접할게. 다음에 내가 한국에 가면 그때 사주면 되잖아?"


정말 안 그래도 되는데. 콜린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일텐데, 그냥 얻어 먹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겨우겨우 콜린을 설득해서 오늘 저녁을 내가 사기로 하고 점심은 콜린에게 얻어먹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앞서 엉덩이만 등장했던 청두의 명물. IFS몰에 있는 커다란 판다모형을 보러갔다. 옥상 위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귀여운 판다. 청두의 명물답게 사람들이 너도나도 판다와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어서와 청두는 처음이지?!"





너도나도 사진을 찍는 바람에 눈치싸움이 필요했던 판다와의 인증샷. 재빠르게 카메라를 셋팅하고 눈치 게임 하듯이 완벽한 타이밍에 뛰쳐나가 콜린과 함께 둘만 나온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사진 찍는 도중에는 들어오지 않더라. ㅋㅋ 알라뷰~ 청두 피플~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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