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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67일 중국 따리] 저렴한 물가와 미친 풍경. 여행자의 천국 윈난성 따리(大理)

기차가 예정된 시간 보다 조금 늦게 쿤밍역(昆明 곤명)에 도착했다. 15분을 늦게 출발한 만큼 15분이 정확히 연착되는 중국 기차의 너무나도 정직한 스케줄..ㅋㅋ 다행히도 오늘의 목적지인 따리로 가는 기차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둔 덕택에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었다. 


중국은 성(省 가장 큰 지역 단위) 과 성을 이동할 때마다 나라를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보통 중국의 '성(省)‘ 하나가 한국의 면적과 비슷하거나 보다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윈난성(云南省 운남성)의 면적은 394,000km² 로, 대한민국의 국토 면적 (100,210 km²) 의 4배에 가까운 면적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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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6일 중국 구이양] 아하호 국가 습지공원, 현실과 이상의 차이.





Day +067일.


지금까지 총 이동 거리 : 7,759Km 

지금까지 총 1개의 나라, 14개의 도시 방문.







복도와 침실이 구분되어 있는 신식 침대칸.


이번에 탔던 구이양 - 쿤밍행 기차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신형 침대칸 기차였다. 지금까지 봐왔던 침대칸은 복도와 침실 사이에 칸막이가 없이 뚫려 있었지만, 신형 침대칸은 복도와 침실이 칸막이로 구분 되어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복도 쪽에 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이 사라지고, 3층 침대 옆에 짐을 올려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지만, 모든 승객들의 짐을 올려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중국 기차 침대칸에서는 양쪽 끝 가장자리 침대는 피하도록 하자!

  

중국 기차는 침실 내부에서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때문에 장시간을 기차 위에 있어야 하는 흡연자들은 기차 침대칸 문 밖에서 연달아 줄담배를 피워대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담배 연기와 냄새가 침대칸으로 스며들어 온다. 문이 쾅쾅 닫히는 소리, 지독한 담배연기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싫다면 1~12번 침대, 55~66번대의 침대는 피하는 것이 상책! (硬卧- 딱딱한 침대칸 기준.)




오전 9시 30분. 중국 윈난성 쿤밍역에 도착.





도착하자 마자 역 근처에 있는 콰이찬(快餐) 집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런데 음식의 상태도 별로.. 양도 별로.. 맛도 별로.. 불친절은 기본 탑재. 심지어 콰이찬의 공기밥 값까지 따로 받고 있었다. (콰이찬은 보통 공기밥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전국, 전세계 공통.. 역 근처는 왜 대체적으로 비싸고 맛이 없을까. 역 근처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식당이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ㅂㄷㅂㄷ




건물의 디자인이 독특한 중국 윈난성 쿤밍 기차역. (云南省 昆明站)





기차 출발 한 시간 전에 맞춰서 다시 쿤밍역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목적지인 '따리(大理)'와 다음 목적지인 '리장(丽江)'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로, 외국인 내국인 가릴 것 없이 사시사철 언제나 인기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이 두 도시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쿤밍을 거쳐야 때문에 쿤밍역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쿤밍역의 대합실.


여기에 있는 사람 거의 대부분이 따리나 리장으로 가는 사람들. ㅎㄷㄷ..




열차 출발 15분 전 부터 검표소가 열리지만, 거의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그런데 줄을 서 있어도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입장이 시작되면 미칠듯한 새치기가 시작되기 때문... ㅂㄷㅂㄷ..





2층으로 구성된 K9682호 기차의 침대칸 차량.


미칠듯한 새치기를 뚫고 겨우겨우 승강장에 들어왔더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생전 처음보는 2층 기차. 그만큼 여행객이 많다는 의미겠지.





2층 기차 침대칸의 내부 모습.


기차표와 신분증 확인을 하고 차량의 내부로 들어오면 1층과 2층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장 좋았던 것은 보통 3층으로 되어있는 일반 침대칸(硬卧)이 2층으로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5시간만 이동하면 되는 거리여서 누워 잘 일은 없었지만, 괜히 이득을 본 기분! ㅋㅋ

  




쿤밍(昆明)에서 따리(大理)까지는 기차로 약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낮 이동 치고는 제법 길었던 쿤밍 - 따리 간의 이동 시간. 테이블에 앉아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감상하고, 오랫만에 밀린 블로그 작업도 하다보니 어느덧 5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윈난성 따리(大理)역에 도착! 


빠르게 달리던 기차가 점점 속도를 늦추더니 덜컹 소리를 내며 이내 따리역에 멈춰섰다. 읏차! 소리를내며 무거운 배낭을 들쳐메고 승장강으로 나왔는데 뭔가 썰~렁하다. 평소같으면 엄청난 인파로 북적이고 있어야 할 승강장에 나를 포함해 20명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조용히 승강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빼고, 전부 리장으로 간다고...?!'




어쨌든 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었던 덕분에 여유있게 역을 빠져나와서 바로 버스를 타고 호스텔로 향했다.




앞으로 4박 5일 동안 지내게 될 호스텔은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 은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리고성(大理古城 따리꾸청) 지역에 위치해있다. 


따리 기차역에서 대리고성 까지 가는 방법은 4번 버스, 혹은 삼탑전용관광버스(三塔专线) 를 타고 따리고성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 인민로 입구(人民路口)에서 내리면 된다. 약 5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는 인민로 입구(人民路口)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호스텔이 골목 안 쪽에 위치해 있지만, 바이두맵을 켜고 가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더 제이드 에뮤 호스텔 

(金玉缘中澳国际青年旅舍 The jade emu international guesthouse)


내가 3개월 동안 중국 여행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별 다섯 개 만점을 줄 수 있는 호스텔이 두 곳 있었는데, 더 제이드 에뮤 호스텔이 그 두  중의 한 곳이다. 


무엇보다 객실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었고, 충분히 넓은 휴식공간에 다양한 오락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요일 별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스텔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다양하고, 맛있고 저렴했다. 


숙박비는 6인 도미토리 4박 5일 기준, 90위안이었고 한국 돈으로는 약 15000원, 1박에 4000원 정도하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2018년 6월 기준, 2019년 1월 현재도 동일)




오후 5시 45분 즈음 도착한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의 리셉션. 커다란 휴식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둘러앉아 시끌벅적하게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다른 중국의 도시들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확실히 많이 보였다는 점.


그런데, 리셉션에서 문제가 생긴 듯 했다. 분명 체크인 시간이 훨씬 지나있었는데, 내가 들어가야 할 방이 꽉 차있다는 것. 다행히 리셉션 스태프의 빠른 대처로 원래 지내려던 도미토리보다 좋은 도미토리로 업그레이드 받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떨결에 바뀌어버린 도미토리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 6인 도미토리와 객실 내부 화장실.


우연하게 바뀌어버린 도미토리에 만난 사람들은 '토니' 라는 중국인 친구와 중국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 민석이형. 광저우 출신의 토니는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이었고 방학기간동안 잠시 중국에 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덕분에 영어실력이 굉장히 좋았다. 


마음씨 친절한 토니 덕분에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따리의 정보, 앞서서는 다음 목적지인 리장에 대한 정보도 한가득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제이드 에뮤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은 저녁.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의 단점이라면 호스텔의 주변에 슈퍼마켓이나 식당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 하지만 이 단점을 커버해줄만한 장점이 있다. 바로 호스텔에서 판매하는 음식이다. 음식의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맛있는 서양식을 찾아보기 힘든 중국에서 제법 퀄리티 높은 음식을 내놓고 있었다.


호스텔 바로 옆 건물에 'La dolce vita' 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호스텔에서 음식을 주문할 경우, 음식을 호스텔까지 가져다 준다. 참고로 ’大众点评‘이라는 앱을 사용해서 음식을 결제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 동일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저녁을 다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중국 친구 토니가 말을 걸었다. 


'헤이~ 브로. 후식으로 이거 한번 먹어봐 ㅋㅋㅋ'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건네준 것은 바로 '오이껌' ㅋㅋ 왠지모르게 입에 넣기 조금 망설여지는 물건이었지만, 토니의 성의를 봐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음.. 뭐랄까 이건.. 오이비누를 씹고 있는 느낌.. ?! 토니야 정말 다 고마웠는데 껌은 아니었다. ㅋㅋ




저녁에는 이미 따리 구석구석을 돌아본 토니의 추천을 받고 호스텔 근처에 있는 따리고성(大理古城)을 가보았다. 중국의 어떤 도시보다도 젊음과 자유가 넘쳐흘렀던 곳 따리. 그 중에서도 단연 따리 고성의 골목은 젊은이들의 표현과 자유분방함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